“네, 아버지.”
세 형제가 자세를 바로 하며 동시에 대답했다.
아버지는 뒤돌아 토르를 노려봤다.
“아직까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게냐? 어서 들어가!”
토르는 집으로 뛰어가 뒷마당에 있는 무기 창고로 갔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몇 년에 걸쳐 고생스럽게 일해 모은 돈으로 형들에게 선물한 검 세 자루를 꺼냈다. 모두 최상의 은으로 장식한 칼자루에 예술품이나 진배없는 귀한 물건들이었다. 칼 세 자루를 한꺼번에 들어 그 무게에 다시 한번 흠칫 놀래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토르는 재빨리 다시 집 밖 형들에게 뛰어가 각자의 검을 건네주고 아버지를 돌아봤다.
“광을 안 냈잖아?”
드레이크가 불평했다.
아버지는 못마땅해하며 토르를 돌아봤지만 뭐라 말도 꺼내기 전에 토르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부탁 드려요. 아버지께 상의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요!”
“광을 내라고 했지 않았느냐”
“부탁 드려요, 아버지!”
토르를 나무라며 노려보던 아버지였지만 끝내는 토르에게 용건을 물어봤다.
“뭔데 그러냐?”
토르의 표정에서 간절함을 느꼈음이 분명했다.
“저도 형들과 함께 왕의 부대에 지원하게 허락해주세요.”
형제들이 토르의 뒤에서 박장대소를 터트렸고 덕분에 토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웃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인상을 더 찌푸렸다.
“너도?”
토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제 열네 살이에요. 지원 연령이 됐다고요.”
“열네 살부터 지원할 수는 있지.”
드레이크가 어깨너머로 얕보며 받아 쳤다.
“네가 뽑힌다는 건, 가장 어린 사람을 뽑는다는 건데. 왕의 부대가 너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나를 놔두고 너를 뽑는다고?”
“무례하기 짝이 없군, 넌 늘 그랬어.”
덜스가 거들었다.
토르는 뒤돌아 형제들을 마주했다.
“형들에게 묻는 게 아니잖아요.”
이내 다시 돌아본 아버지의 얼굴은 여전히 험악했다.
“아버지, 부탁 드려요. 제게도 기회를 주세요. 제가 바라는 건 그 뿐이에요. 비록 제가 어리긴 하지만 앞으로 차차 능력을 증명할게요.”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넌 전사가 될 인물이 못돼. 네 형제들과는 달라. 넌 그냥 목동으로 살면 된다. 네 인생은 모두 이곳, 내 옆에 있다. 넌 네 몫을 하고 네 형들은 형들의 몫을 하면 된다. 꿈은 분수에 맞게 꿔야지. 주어진 대로 인생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충실하도록 하거라.”
토르는 눈 앞에서 모든 꿈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안돼, 이렇게 포기할 순 없어’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시끄럽다!”
아버지의 날카로운 고함소리에 분위기가 험해졌다.
“네겐 더 할말 없다. 실버부대가 오고 있다. 저리 비키고, 그들이 당도하면 알아서 행동해.”
아버지는 앞으로 나서더니 토르가 무슨 거슬리는 물건이라도 되는 양 손으로 무심히 밀어버렸다. 아버지의 우람한 손바닥이 토르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마을에 요란한 소음이 일어났고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나와 거리의 양쪽을 메웠다. 뿌연 먼지가 마차의 도래를 알리더니 얼마 후 천둥 소리 같은 엄청난 소음과 함께 여러 대의 마차가 각각 열두 필의 말에 이끌려 당도했다.
마치 불시에 습격하는 군대처럼 나타난 마차들이 정차한 곳은 토르의 집 근처였다. 말들은 주변을 의기양양하게 뛰어다니며 울어댔다. 뿌연 먼지가 가라앉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토르는 애타는 마음으로 실버들의 갑옷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