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적으로 새총을 꺼내 돌을 넣고 잡아당겨 소년의 손을 조준했다. 하늘 위로 높이 치켜든 검으로 토르를 내리치려는 순간 던져진 돌멩이가 목검을 쥔 손을 정확히 명중했다. 목검은 공중으로 날아갔고 소년은 손을 안절부절하며 비명을 질렀다.
토르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이 틈을 타 공격에 나섰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두 발로 그의 가슴을 타격했다. 하지만 떡갈나무를 찬 건지 헷갈릴 정도로 소년의 가슴은 단단했다. 토르가 소년 앞에 착지하는 동안 소년은 겨우 한두 걸음 뒷걸음친 게 전부였다.
‘조짐이 좋이 않아,’ 귓가에 맴도는 소리를 들으며 토르는 쿵 하고 착지했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소년의 그새 선제 공격을 가했다. 허리를 아래로 굽힌 소년은 토르의 등을 잡아 던져버렸고 덕분에 토르는 바닥에 얼굴을 박으며 나가떨어졌다.
순식간에 두 사람 주위를 에워싼 소년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토르는 굴욕감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토르가 다시 일어서려 몸을 뒤집었지만 거구의 소년이 또 한발 빨랐다. 이미 토르의 몸에 올라타 옴짝달싹 못하게 제압한 후였다. 토르가 의식하기도 전에 싸움은 이미 레슬링으로 번져있었고 사지를 짓누르는 어마어마한 무게에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나머지 소년들도 주위로 모여들었다. 토르의 귓가에 그들의 환호성이 나지막이 들렸다. 모두가 열광적으로 혈투를 외쳐댔다. 소년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토르를 내려봤고 치켜세운 양쪽 엄지손가락을 토르의 두 눈 위로 서서히 내렸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구의 소년은 정말 토르를 헤치려는 게 분명했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선발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인 걸까?
토르는 막판에 가까스로 얼굴을 돌려 손가락을 피했고 소년의 두 엄지 손가락은 그대로 땅 위에 내리 꽂혔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토르는 소년의 몸을 빠져 나왔다.
토르는 몸을 일으켜 세웠고, 거구의 소년도 마찬가지로 땅을 짚고 일어섰다. 소년이 있는 힘껏 토르에게 주먹을 날렸지만 다행히 찰나의 순간으로 주먹을 피할 수 있었다. 토르의 얼굴에 바람이 지나갔고 그 강도로 보아 아마 얼굴을 맞았으면 턱이 아작 나고도 남았을 것이 뻔했다. 토르는 가까이 다가가 소년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무를 향해 주먹질을 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토르가 주먹을 떼기도 전에 소년이 팔꿈치로 토르의 얼굴을 내리쳤다.
엄청난 타격에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쳤다.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귀가 윙윙 울려댔다.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는 동안 소년은 발로 토르의 가슴팍을 가격했다. 토르는 뒤로 날아갔고 바닥에 등뒤로 쓰러졌다. 지켜보던 소년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눈앞이 빙빙 돌았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거구의 소년이 다시 한번 토르를 발로 차고 얼굴에 주먹을 날려 토르는 바닥에 그대로 죽은 듯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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