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점차 기울어졌고 어느새 달리던 길이 넓어지기 시작하며 말을 달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에레크 명장은 눈 앞에 펼쳐진 도시를 바라봤다. 수도 없이 많은 횃불이 벽에 걸린 모습이 마치 도시 전체가 어둠 속을 밝히는 모닥불처럼 보였다. 예상했던 모습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발러스터에 머무는 사람들은 밤새 향락에 빠져 잠을 자지 않는다고 했다.
명장은 더욱 박차를 가해 달렸고 눈 앞의 도시가 더욱 가까워지며 마침내 작은 목재 다리를 건넜다. 다리의 양 옆으로 횃불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고 다리를 지키는 보초는 잠에 취해 꾸뻑거렸다. 에레크 명장이 번개처럼 다리를 건너가자 졸던 보초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 몸을 일으켰다. 보초는 에레크 명장을 불러 세우기 위해 소리쳤다. “이봐!”
그러나 명장은 멈추기는커녕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다. 보초가 용기를 내 에레크 명장을 쫓아올 일도 없었을 테지만 만약 그랬다면 에레크 명장은 자신의 길을 막는 보초를 죽일 생각이었다.
명장은 계속해서 달려 도시로 진입하는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는 사각형 모양을 띠고 있었고 가장자리는 고대의 석조 벽면으로 이뤄져 있었다. 명장은 그대로 입구를 지나 좁게 난 길가로 들어섰다. 길의 양 옆으로 횃불이 늘어서 어둠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도시 내부에 빽빽이 줄지어 선 건물들 덕분에 도시 내부는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거리 위의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서로 몸을 부딪혔다. 거대한 파티가 벌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건물마다 여관과 도박장이 보였다.
에레크 명장은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알리스테어가 이곳 어딘가에 있다는 걸 확신했다. 명장은 자신이 너무 늦게 도착한 게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침을 삼켰다.
명장은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남다르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여관 앞까지 말을 타고 달렸다. 여관 앞에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었다. 명장은 이곳부터 수색해보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서둘러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술에 취해 소란을 떠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여관 주인을 찾았다. 여관 주인은 실내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그들에게서 돈을 받은 뒤 그들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러던 중 에레크 명장과 눈이 마주친 여관 주인은 명장에게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을 드릴까요, 손님?” 여관 주인이 물었다. “아니면 찾는 계집이 있으신가요?”
명장은 고개를 저으며 소란 속에서 여관 주인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여관 주인에게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