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대체로는 그렇다고!” 펄스가 대답했다.
개리스 왕자는 더 이상 우물쭈물하는 이 머저리를 참을 수 없었다. 왕자가 지체 없이 문 밖으로 뛰어 나가자 펄스는 당황했다.
“나도 함께 갈게. 정확히 어디에 버렸는지 알려줄게,” 펄스가 말을 건넸다.
개리스 왕자는 복도에 멈춰 서서 뒤돌아 펄스를 주시했다. 피로 범벅이 된 그를 병사들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아할 뿐이었다. 운이 좋았다. 이제 펄스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두 번 말하지 않겠어,” 개리스 왕자가 분노하며 대답했다. “당장 내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은 뒤 그 옷을 태워버려. 피 묻은 흔적은 모두 지워. 그리고 성에서 사라져. 오늘 밤은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 내 말 알아 듣겠어?”
왕자는 펄스를 뒤로 밀치고는 다시 뒤돌아 뛰었다. 복도를 지나 원형의 석조 계단을 뛰어내려가며 한 층씩 아래로 움직여 행랑채로 향했다.
마침내 왕자는 지하에 도착했고 길을 틀자 하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엄청난 크기의 화분을 닦으며 물을 끓이고 있었다. 벽돌 가마에서는 화마가 이글거리고 있었고 앞치마를 두른 하인들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저 멀리 반대편에 커다란 폐기 관이 있었다. 매 분마다 폐기 관을 통해 오물이 쏟아져 내려오며 주변으로 악취가 가득한 오물이 튀기고 있었다.
개리스 왕자는 가장 가까이 있는 하인에게 다가가 절실한 마음을 담아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저 오물 통이 언제 비워지지?” 왕자가 물었다.
“방금 전에 비우기 위해 강으로 가져갔습니다, 왕자님.”
개리스 왕자는 뒤돌아 밖으로 뛰어나갔다. 왕실의 복도를 지나 다시 석조 계단을 올라 서늘한 밤공기를 가로질렀다.
잔디밭을 지나, 숨을 헐떡이며 강으로 달려갔다.
강 주변에 큰 나무 아래에 몸을 숨길만한 장소가 있었다. 왕자는 두 명의 하인이 커다란 금속 오물 통을 기울여 강물에 오물을 쏟는 장면을 지켜봤다.
왕자는 오물 통이 완전히 뒤집혀 내부가 완전히 비워진 뒤 다시 궁궐로 실려 가는 모습을 살폈다.
마침내, 개리스 왕자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검을 보지 못했다. 그게 어디 있었든, 이제는 강물에 휩쓸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쓸려갔을 것이다. 만약 폐하께서 오늘 밤 승하하신다면, 암살자를 추적할 그 어떤 단서도 남지 않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단서를 어디서 찾는 단 말인가?
제5장
왕의 침실로 향하는 뒷길을 헤치며 토르는 리스 왕자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 뒤로는 크론이 함께 했다. 리스 왕자는 토르와 크론을 석조 벽면에 몰래 만들어 놓은 비밀 문으로 안내했다. 왕자는 횃불을 들고 좁은 공강의 통로로 인도했다. 이리저리 구불구불하게 난 궁궐의 내부를 걸어 들어갔다. 좁은 석조 계단을 오르니 또 다른 통로가 나타났다. 방향을 틀자 이번엔 다른 계단이 보였다. 토르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구조에 경이로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통로는 수백 년 전에 왕실 내부에 비밀스럽게 만들어졌어,” 리스 왕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길을 안내하며 토르에게 설명했다. 길을 따라 올라가느라 왕자의 숨이 거칠었다. “이 길은 내 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였던 3대 맥길 왕께서 만드신 거야. 성이 포위당한 뒤에 탈출구 용도로 만들어놓으신 거지.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만든 뒤 맥길 왕가의 왕실은 한번도 포위당한 적이 없었어. 그래서 이 통로는 수백 년 동안 사용된 적이 없었지. 여길 막아놨었는데 내가 어렸을 때 우연히 발견했어. 나는 아무도 모르게 이 통로를 이용해 왕실 내부를 돌아다니는 게 좋아. 그웬 누나와 고드프리 형과 나는 어렸을 때 여기서 숨바꼭질을 했었어. 캔드릭 형은 숨바꼭질을 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았고 개리스 형은 우리와